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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배드민턴 운영기

1년의 시간, '스크린 배드민턴' 코트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들과의 기적 같은 성장 기록

by 스윙남 2026. 6. 9.

스매싱존 전주혁신점의 문을 열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땀 흘리며 스트레스를 푸는 치열한 스포츠 공간이지만, 매주 특정 요일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평화로운 배움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인근 복지관과 인연을 맺고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스크린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 벌써 1년, 오늘은 기술과 경쟁이 아닌 '함께하는 발걸음'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낯선 기계음이 기다림의 설렘으로 바뀌기까지

1년 전, 복지관 친구들이 처음 매장에 발을 들였을 때의 그 낯설어하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거대한 스크린과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셔틀콕 소리에 혹여나 놀라지 않을까, 라켓을 쥐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친구들이 과연 이 운동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처음에는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기는 것조차 두려워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매주 매장 문을 열고 들어오며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낯설었던 코트가 이제는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친숙한 놀이터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전북 인근 복지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로 스크린 배드민턴을 즐기는 장면
복지관 발달장애인들의 주간활동서비스

2. 라켓도 쥐기 어려웠던 손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변화는 서서히, 그러나 아주 확실하게 찾아왔습니다.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던 라켓은 어느새 일정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셔틀콕을 끝까지 바라보는 눈빛에는 전에 없던 진지함이 묻어납니다. 기계의 리듬에 맞춰 정확히 타격했을 때 스크린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는 친구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  지난주에 한 친구가 처음으로 연속 3번 정타를 맞추고 저에게 달려와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던 그 표정을 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공을 치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몸을 통제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우리 친구들에게는 매 순간 작은 기적이자 눈부신 성장입니다.

 

3. 스크린 배드민턴, 단순한 운동을 넘어선 '집중과 성취'의 도구

특수체육을 지도하며 느끼는 스크린 배드민턴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 가능성'과 '명확한 시각적 피드백'입니다. 일반적인 배드민턴 랠리는 상대방의 불규칙한 타구를 받아쳐야 하기에 발달장애인 친구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스크린 시스템은 다릅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해진 궤적을 따라 날아오는 셔틀콕은 친구들이 당황하지 않고 타이밍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눈앞의 타겟을 맞추거나 정확한 폼으로 공을 넘겼을 때 즉각적으로 주어지는 화면상의 점수와 효과음은, 이들의 성취감을 극대화하고 흩어지기 쉬운 집중력을 한곳으로 모아주는 훌륭한 매개체가 됩니다.

 

4. 23년 경찰관의 삶, 그리고 특수체육 지도자로서의 고백

23년 2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경찰관으로 제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제 삶의 소명이었습니다. 퇴직 후 생활체육 지도자와 특수체육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며 스매싱존을 오픈한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신체적, 인지적 조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안전하게 땀 흘릴 수 있는 체육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꿈. 그 꿈이 바로 지금, 매주 셔틀콕이 날아다니는 이 코트 위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가슴 깊이 느낍니다. 우리 친구들이 라켓을 휘두르며 짓는 미소는, 제가 지난 23년간 지켜오고자 했던 가치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5. 서로의 속도에 맞춰 걷는 공간, 앞으로의 다짐

스크린 배드민턴은 결코 누구의 타구가 더 빠르고 강한지 기술을 겨루는 곳이 아닙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서로의 속도에 발을 맞추고, 어제보다 한 번 더 셔틀콕을 맞춰낸 오늘을 온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곳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 친구들이 보여준 눈부신 성장은 저에게 운동 이상의 깊은 감동과 삶의 에너지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스매싱존 전주혁신점은 성과보다는 과정을 응원하며, 이 따뜻하고 소중한 인연을 변함없이 이어가겠습니다.

 

이 공간이 단순히 기계와 마주하는 곳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진심으로 교감하는 따뜻한 코트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열린 마음으로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